까르띠에 CEO 시릴 비네론 인터뷰

Cyrille Vigneron

 

리치몬트 그룹의 주력 브랜드 까르띠에의 CEO 시릴 비네론은 몇몇 기자들과 인터뷰를 통해

제품 라인업의 재배치, 아이콘, 시계학적 복잡성, 블록체인 기술 및 신규 고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까르띠에의 사명은 무형의 감정을 위해 유형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반지나 팔찌, 손목에 차는 시계가 소중한 날을 위한 선물이 된다고 생각한다. NFT의 상징적 가치를 담은

QR코드를 주는 것보다 꽃다발을 들고 집에 가는 것이 더 큰 기쁨을 가져다준다고 여긴다.”



 

지난해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까르띠에는 어떻게 탁월한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까르띠에가 오늘날 거둔 결과는 특정연도가 아닌 지난 5년 동안의 전략을 반영한다. 우리는 제품 범위, 조직, 네트워크, 부티크 및 비즈니스 전반에 걸쳐 전략을 전환했고, 이는 5년 전과는 다르게 모든 세대에 걸쳐 매우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왔다. 팬데믹은 메종에 강력한 가속화 및 차별화 요소가 되었고, 이에 따라 패션업계와 마찬가지로 시계 제조업계도 유명 브랜드일수록 오히려 더 큰 성장을 이루었다. 즉 위기는 기회였다. 팬데믹으로 여행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자국 내 소비를 하게 된 전 세계 고객들은 까르띠에를 더욱 원하게 되었다. 까르띠에는 여행이나 가격 차이라는 요소와 별개로 고객과의 강력한 유대를 확인했다. 우리가 목표로 한 포지션은 성과를 거두었고, 시계 제조업계에서 특색 있고 내구성 높은 컬렉션에 집중할수록 더 큰 성공이 따라왔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산토스, 베누아, 파샤를 다시 론칭했다. 산토스는 이제 발롱 블루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판매된 제품 라인이 되었으며, 다른 모든 제품 라인 역시 격차를 줄이면서 성공적으로 복귀하고 있다.



재론칭한 산토스, 베누아, 파샤 외에 성공적으로 복귀한 다른 컬렉션의 예를 든다면?


작년 탱크 머스트의 재출시는 탱크 솔로를 대체할 만큼 우리의 기대를 크게 뛰어넘었고, 많은 모델이 즉시 매진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일부 모델은 리세일 시장에서 공식 가격의 2배에 판매되기도 했다. 이는 2,500스위스프랑(한화 약 330만 원대) 시계에 있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또 산토스 S는 출시하자마자 좋은 성과를 냈다. 고객들은 브랜드를 알아갈수록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까르띠에는 핵심 제품군의 아이코닉 모델들, 그리고 컬렉터를 위한 아름다운 디자인의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보이는 까르띠에 프리베까지 모두 이러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달성했다. 또 2년 전 출시된 마이용(Maillon)이 다른 제품에 관심을 가진 고객들을 상대로 큰 성공을 거두었던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팬데믹 기간 동안 오프라인 이벤트를 통해 워치를 직접 보여줄 기회가 없었던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나?


객관적인 관점을 확보하거나 우리 제품을 보여주기 위한 무대를 마련하려면 함께 모일 기회를 갖는 것이 물론 중요하다. 오프라인에서의 즉각적인 호응이나 경쟁도 필요하지만 세일즈적 관점에서는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 그런 것이 필요한 단계는 이미 넘어섰고 유연함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어디에 판매할 것인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1년 전에 미리 주문받는 일은 이제 더 이상 상상할 수 없다. 오늘날과 같이 급변하는 세상에서는 국가들이 6~9개월 후 어떤 상황에 처할지, 고객이 어떻게 행동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유동적 상황에 어떻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나.


우리는 이런 상황에 대비해 산업적 유연성을 높이는 동시에 제품 예측 및 주요 컬렉션의 배치를 변경하는 등 장기간 준비해왔다. 시계업계는 일반적으로 9~12개월간의 계획이 정해져 있는데, 이 기간을 3개월로 단축했다. 우리의 유연성은 인력이 아니라 산업적 역량에 기반한다. 코로나 위기를 겪는 동안 까르띠에는 직원을 해고하지 않고 추가 고용을 단행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1년 동안 -30%~+100%의 판매량 변동에 대처할 수 있었다. 이 정도의 유연성은 전례가 없을 정도다. 지난해 2월과 4월 사이에 봉쇄 조치가 이루어졌지만 그 이후에는 중국의 수요가 매우 빠르게 100% 회복되었고, 미국에서 30~40%, 중동에서도 100% 회복되었다. 1년 단위로 정의되는 모델은 이에 대처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시계와 보석의 판매량 변동에 대처해 12월 말에 놀라운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시계업계에서 그렇게 할 수 있는 다른 브랜드는 없다고 본다.

파샤 드 까르띠에 문페이즈 워치

Ref. WGPA0026


지름 41mm

케이스 핑크 골드, 100m 방수

무브먼트 기계식 매뉴얼 와인딩, 1904-LU MC, 48시간의 파워 리저브

다이얼 실버 마감 플렝케

기능 시, 분, 문페이즈

스트랩 앨리게이터 레더



듣기에는 쉬운 듯하지만 간단한 문제는 아니었을 것 같다.


사실 우리는 5년 전에 수요 모델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통해 관리해왔다. 이는 다시 말해 메종 내 전문가들이 수요와 공급의 일치에 도달하기 위한 수천 가지 기준을 고려해 수요 공급 간 분포를 처리하는 매우 복잡한 알고리즘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제품 배치가 가장 필요한 곳과 네트워크를 통해 제품을 가장 효율적으로 공급할 방법을 결정하기 위해 이를 더욱 보완했고,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예를 들어 일본처럼 고객들이 자국에서 전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려면 모든 제품을 전 매장에 배치해 접근성을 높이게 했다.



까르띠에가 마쓰 미스터리어스 같은 컴플리케이션 워치를 선보인 것은 오랜만이다. 이것은 컴플리케이션 시계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하나?


‘예’와 ‘아니요’로 대답할 수 있다. 까르띠에는 컴플리케이션 시계 분야를 벗어난 적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매년 새로운 무브먼트와 함께 많은 컴플리케이션 시계를 선보이는 것이 주된 분야는 아니었다. 까르띠에가 중요시 하는 것은 기술을 디자인에 접목하는 것이며, 메종은 매우 강력한 두 가지 요소인 스켈레톤 무브먼트와 미스터리 시계를 보유하고 있다. 신비로운 케이스와 진동추 형태의 정교한 스켈레톤 무브먼트에 이 두 가지 요소를 결합하는 것은 이전에는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었고, 이러한 혁신에는 8년의 연구 개발이 필요했다.

스켈레톤과 미스터리 무브먼트만으로도 메종에서 제작하고자 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컴플리케이션 시계를 판매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까르띠에의 전문 분야에 충실하면서 깊이 있게 파고드는 것이다. 수요가 우리의 생산 능력을 훨씬 초과하는 파샤와 산토스 스켈레톤 모델을 예로 들 수 있다.



젊은 수집가들도 까르띠에 브랜드에 호감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들은 실제로 까르띠에의 헤리티지에 관심이 많지만 꼭 새로운 것, 신제품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더 오래되고 유명한 모델일수록 매력은 분명해진다. 특히 1970년대에 크래쉬, 탱크 상트레, 또는 탱크 아시메트리크와 함께 까르띠에 프리베 시계를 재출시했을 때처럼 말이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되면서 20~30대 젊은 수집가들이 서로 소통하고 매우 세련된 까르띠에 모델을 소장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또 크래쉬 모델을 경매 할 때는 젊은 고객들이 많이 구매했고, 특정 제품은 80만 유로(한화 약 10억 6,000만 원대)라는 전례 없는 금액에 낙찰되기도 했다.



블록체인 기술의 장점과 한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블록체인에는 암호화폐나 NFT만큼 에너지 집약적이지 않은 다양한 프로토콜이 있기 때문에, 보증서와 업스트림 추적성 측면에서 어느 정도 가치가 있다. 다이아몬드 원석의 수명 내내 유지될 수 있는 분광학적 분석은 매우 유망하다. 다양한 관계자를 추적하지 않아도 원석 다이아몬드의 출처를 식별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이아몬드와 천연 보석의 이러한 업스트림 추적성은 블록체인을 통해 엄청나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고객을 위해 장기적인 보안을 제공하려면 블록체인에 기록된 내용을 보존해야 한다. 수명이 20년 또는 30년 이상인

시계에 대한 보증서를 블록체인에 넣으려면, 관련 업체가 존재해야 한다. 3년 후 팔아서 이익을 남기려는 신생 업체라면, 그래서 구매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면 고객은 안심할 수 없다. 그 때문에 까르띠에는 아우라(Aura) 블록체인 컨소시엄에서 LVMH 및 프라다와 제휴해 고객의 개인 정보 및 지속 가능성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우리는 공통의 표준과 실제적 규칙을 정의할 수 있는 럭셔리 파트너 회사들과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 일을 수행하고 있다.



파샤 드 까르띠에 Olivier Arnaud © Cartier
탱크 머스트 Paul Henriette © Cartier

메타버스에서 까르띠에를 볼 수 있을까?


메타버스는 보완적인 가상 세계이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인 듯 행동하는 것을 즐기는 것과도 같다. 원래 존재했던 개념으로 ‘카니발’이라고 부른다. 인간은 오랫동안 다른 사람인 척하는 것을 즐겨왔기 때문에 이것은 혁신적이지는 않다. 나는 10대였을 때 <반지의 제왕>을 읽고 ‘던전 앤 드래곤’을 즐겨 했기 때문에, 이미 현실도피적 스타일의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고 있었던 셈이다. 10년 후에 메타버스가 어떻게 변할지는 두고 봐야 알 것이다. NFT에 관한 한, 이는 순전히 가상의 럭셔리 제품으로 나타날 것이다. 안 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까르띠에의 주된 사명은 무형의 감정을 위해 유형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반지나 팔찌처럼,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가 소중한 날을 위한 선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컴퓨터상에서 무언가를 표시하는 것보다 피부에 직접 닿는 느낌을 더 선호한다. 꽃다발을 들고 집에 가는 것이 NFT의 상징적 가치를 담은 QR코드를 주는 것보다 더 큰 기쁨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한다.

산토스 뒤몽 © Cartier